얼마전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좋은 조건의 대출상품이 생겼다고해서 신용보증기금재단에 상담을 받으러갔다.
가기 전에 전화로 먼저 상담을 받았는데, 기본조건이 사업자등록한지 3개월이상이 되어야 한다는거다.
최근에 오랫동안 써오던 개인사업자와 3년전에 만든 법인사업자를 둘다 폐업하고, 새 사업자를 냈는데,
다행히 그게 정확하게 딱 3개월이 되서 '오! 완전 똑이노딱!'이라며 웃으면서 전화상담을 받았었다.
방문상담을 예약하고, 신촌역에 있는 재단 사무실에 2차 상담을 받으러 갔다.
이런저런 질문을 받고...친절한 담당자 아저씨가 웃으면서 "얼마 대출받고 싶으세요?"라고 묻더라.
나도 웃으면서 "가능한 많이요 하하"라고 했다.
근데! 에잇 왜 물어보신거야! 나는 사업자가 3개월뿐이 안된 새거라서, 최소금액만 신청가능하다고 하시는거다!
아. 그래 내가 이러케 맨날 사업자 갈아치우다가 뭔가 걸릴 줄 알았어...싶었는데,
사실 여태 대출을 받을 일은 없었어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런 얘기를 들으니까, 오랫만에 정신이 들었다.
뭐 어쨌든, 그래도 이게 어디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나중에 혹시라도 절박한 상황이 왔을때를 대비하면서, 지금 이 사업자로 오랫동안 일하자, 생각했다.
이 사업자로, 내가 원해왔던 그림을 다 그려보자규!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라면 참 입이 가볍다. 내 마음이나 내 생각같은 걸 쉽게 말해버리는 편이다.
더 말하고 더 듣고 하면서 생각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꿈 얘기, 목표 얘기도 다 말해버리는 편이다.
말해버리면, 정말 내가 이걸 원하는건지 아닌지에 대해 더 명확하게 알게 되더라.
재미있는 건, 그렇게 공유했던 이야기들을 친구들이 나중에 기억해줄 때다.
너 그때 이거 하고 싶댔자나, 너 그 때 이렇게 살고 싶댔자나, 하면서 지난 기억을 나에게 상기시켜줄 때가 가끔 있는 거다.
강원도에 집을 구해서 왔다갔다 하기 시작하는데, 친한 친구가 그랬다.
"그렇게 마당이랑 강아지랑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더니 완전 꿈을 이뤘네!"
후아...그러네...!! 게다가 밭도 비닐하우스도 있고, 아빠가 그걸 이렇게 잘 가꿔주신다. 크. 나는 꿈을 이룬 자다.

브랜딩 일을 계속 해오면서 좋은 식재료, 건강한 요리에 대해서 많이 공부할 수 있었다.
전세계로 여행을 다니고 공부를 하러 다니면서 그런 '좋은'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도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할 수 있었다.
전기없이 사는 사람들, 반농반X를 사는 사람들, 농사이야기를 안주삼아 밤새 떠드는 사람들, 똥을 모으는 사람들, 동물과 식물에 대해 영원히 말할 수 있는 사람들, 쓰레기봉투에 버릴 쓰레기가 없는 사람들, 창고가득 보물같은 반려발효균을 키우는 사람들, 명상을 하기 전에 춤을 추는 사람들, 토론을 마치고도 또 춤을 추는 사람들 ...
정말 멋진 자연오타쿠들 잔뜩 만났던 30대였다..!
하지만, 그 많은 멋진 사람들과 함께 '동행'하기에는 뭔가 나라는 사람의 성질이 집단적이지 못했다.
커뮤니티에 받아들여지기에 나는 지나치게 '개인'이었던 거다. 스스로 여러번 노력해봤지만, 잘되지 않았다.
실패할 때마다 슬펐다. 왜 나는 소속되는 것이 이렇게 힘들까?
그러다가 비버가 만드는 집 이야기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비버가 만드는 집이 강의 댐처럼 형태를 갖추게 되는데, 그 비버댐의 인근에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거다. 비버댐을 중심으로 움직임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거다. 자기 자신을 위한 집을 지었는데, 주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이야기가 너무 와닿았다.
내가 그저 나를 위해 하는 행동들이 타인에게도 어떤 계기를 마련해주고 그 방향이 꽤 괜찮을 수 있다면, 나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살아낼 수 있는 삶의 레벨 중 최고레벨이 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주는 비버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내가 나를 위해 하는 행동들을 더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이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건 그냥 생각하지 않고, 나의 생존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시도해보기로 한거다.
지금까지의 내 몸과 마음과 머리 안에 새겨지고 스며든 모든 경험들이 지금부터의 나를 시작하게 해주고 있다.
이게 무슨 쓸모가 있을까, 라는 걸 생각하고 여행을 떠나고 공부를 하고 일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나 엄청난 보물이 되어주고 있다니.
그래 그냥, 지금까지 살던대로 살면 되겠네-
Aug 22. 2021
얼마전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좋은 조건의 대출상품이 생겼다고해서 신용보증기금재단에 상담을 받으러갔다.
가기 전에 전화로 먼저 상담을 받았는데, 기본조건이 사업자등록한지 3개월이상이 되어야 한다는거다.
최근에 오랫동안 써오던 개인사업자와 3년전에 만든 법인사업자를 둘다 폐업하고, 새 사업자를 냈는데,
다행히 그게 정확하게 딱 3개월이 되서 '오! 완전 똑이노딱!'이라며 웃으면서 전화상담을 받았었다.
방문상담을 예약하고, 신촌역에 있는 재단 사무실에 2차 상담을 받으러 갔다.
이런저런 질문을 받고...친절한 담당자 아저씨가 웃으면서 "얼마 대출받고 싶으세요?"라고 묻더라.
나도 웃으면서 "가능한 많이요 하하"라고 했다.
근데! 에잇 왜 물어보신거야! 나는 사업자가 3개월뿐이 안된 새거라서, 최소금액만 신청가능하다고 하시는거다!
아. 그래 내가 이러케 맨날 사업자 갈아치우다가 뭔가 걸릴 줄 알았어...싶었는데,
사실 여태 대출을 받을 일은 없었어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런 얘기를 들으니까, 오랫만에 정신이 들었다.
뭐 어쨌든, 그래도 이게 어디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나중에 혹시라도 절박한 상황이 왔을때를 대비하면서, 지금 이 사업자로 오랫동안 일하자, 생각했다.
이 사업자로, 내가 원해왔던 그림을 다 그려보자규!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라면 참 입이 가볍다. 내 마음이나 내 생각같은 걸 쉽게 말해버리는 편이다.
더 말하고 더 듣고 하면서 생각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꿈 얘기, 목표 얘기도 다 말해버리는 편이다.
말해버리면, 정말 내가 이걸 원하는건지 아닌지에 대해 더 명확하게 알게 되더라.
재미있는 건, 그렇게 공유했던 이야기들을 친구들이 나중에 기억해줄 때다.
너 그때 이거 하고 싶댔자나, 너 그 때 이렇게 살고 싶댔자나, 하면서 지난 기억을 나에게 상기시켜줄 때가 가끔 있는 거다.
강원도에 집을 구해서 왔다갔다 하기 시작하는데, 친한 친구가 그랬다.
"그렇게 마당이랑 강아지랑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더니 완전 꿈을 이뤘네!"
후아...그러네...!! 게다가 밭도 비닐하우스도 있고, 아빠가 그걸 이렇게 잘 가꿔주신다. 크. 나는 꿈을 이룬 자다.
브랜딩 일을 계속 해오면서 좋은 식재료, 건강한 요리에 대해서 많이 공부할 수 있었다.
전세계로 여행을 다니고 공부를 하러 다니면서 그런 '좋은'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도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할 수 있었다.
전기없이 사는 사람들, 반농반X를 사는 사람들, 농사이야기를 안주삼아 밤새 떠드는 사람들, 똥을 모으는 사람들, 동물과 식물에 대해 영원히 말할 수 있는 사람들, 쓰레기봉투에 버릴 쓰레기가 없는 사람들, 창고가득 보물같은 반려발효균을 키우는 사람들, 명상을 하기 전에 춤을 추는 사람들, 토론을 마치고도 또 춤을 추는 사람들 ...
정말 멋진 자연오타쿠들 잔뜩 만났던 30대였다..!
하지만, 그 많은 멋진 사람들과 함께 '동행'하기에는 뭔가 나라는 사람의 성질이 집단적이지 못했다.
커뮤니티에 받아들여지기에 나는 지나치게 '개인'이었던 거다. 스스로 여러번 노력해봤지만, 잘되지 않았다.
실패할 때마다 슬펐다. 왜 나는 소속되는 것이 이렇게 힘들까?
그러다가 비버가 만드는 집 이야기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비버가 만드는 집이 강의 댐처럼 형태를 갖추게 되는데, 그 비버댐의 인근에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거다. 비버댐을 중심으로 움직임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거다. 자기 자신을 위한 집을 지었는데, 주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이야기가 너무 와닿았다.
내가 그저 나를 위해 하는 행동들이 타인에게도 어떤 계기를 마련해주고 그 방향이 꽤 괜찮을 수 있다면, 나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살아낼 수 있는 삶의 레벨 중 최고레벨이 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주는 비버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내가 나를 위해 하는 행동들을 더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이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건 그냥 생각하지 않고, 나의 생존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시도해보기로 한거다.
지금까지의 내 몸과 마음과 머리 안에 새겨지고 스며든 모든 경험들이 지금부터의 나를 시작하게 해주고 있다.
이게 무슨 쓸모가 있을까, 라는 걸 생각하고 여행을 떠나고 공부를 하고 일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나 엄청난 보물이 되어주고 있다니.
그래 그냥, 지금까지 살던대로 살면 되겠네-
Aug 22. 2021